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한반도는 고조선 이후 지난 2100여 년 동안 500년에서 1000년 단위로 새로운 국가가 탄생하면서 통일과 분열의 역사를 반복해왔다. 먼저 BC 2333년 요동과 한반도 서북부지역에 고조선이 세워져 BC 108년까지 한반도 최초 국가로 명맥을 이어왔다. 그 후 한반도는 중국 한나라가 고조선을 침략하면서부터 분열의 역사가 시작되었고, 약 400년 동안 부여, 낙랑, 동예, 삼한(마한, 진한, 변한) 등 여러 국가로 나뉘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강한 힘을 가진 고구려(705년) 백제(678년) 신라(992년)가 한반도에 등장하면서, 한반도는 이 세 개의 국가가 약 700년 동안 통치하는 삼국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괄호 안은 통치기간 년 수) 그러니까 이때까지도 고조선 이후 한반도는 통일국가로서의 면모를 갖추지 못했고, 여러 개의 국가와 세 개의 국가로 나뉘어져 분열의 역사를 이어왔다. 그리고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면서 통일신라가 259년 동안 한반도에서 통일국가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듯 했으나, 신라가 삼국을 통일할 때도, 중국에 끌려갔던 고구려인들이 탈출하여 만주를 포함한 고구려 영토 대부분에 발해(228년)를 세웠기에, 통일신라가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지난달 양평에 있는 모 신학대학교 총장과 면담이 있어 학교 본관에 도착했을 때, 로비 중앙에 꽤 큰 시계의 시계추가 계속 같은 주기로 움직이고 있었다. 창문을 통해 비춰지는 로비 밖의 운동장에서도 외국인 학생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분주하게 왔다갔다 움직이면서 얘기하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로비에 서 있는 고풍스러운 시계의 시계추가 어느 교단에도 속해 있지 않고, 또한 국경을 뛰어넘어 신입생을 받아들이면서 국제적인 교류를 활발히 하고 있는 신학대학교의 정체성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시계추는 1656년 호이헨스라는 사람이 단진자 운동을 시계에 적용하면서부터 인류에게 눈으로 볼 수 없는 시간을 가시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단진자(Simple pendulum)는 갈릴레오가 피사의 사탑에 걸려 있는 등불의 움직임을 보고 착안한 원리다고 한다. 단진자는 실의 위쪽 끝을 고정하고 아래쪽 끝에 추를 매달아, 추를 옆으로 조금 당겼다가 놓으면 추가 중력의 작용으로 좌우로 왕복 운동을 되풀이하는 것을 말하며, 지구의 자전을 증명하는데 이용되기도 했다. 총장과 면담을 마치고 나왔을 때도 로비에 서 있는 시계의 시계추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핀란드에 교환학생으로 유학을 다녀온 K씨는 핀란드 사람으로부터 잘난 척 하지 않고, 남보다 내가 훌륭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얀테의 법칙의 정서를 통해 평등과 겸손을 배웠다고 했다. 얀테의 법칙(Jante's Law)은 자기 자신이 남들보다 특별하거나 뛰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법칙으로, 보통 사람의 법칙이라고도 불린다. 10개의 조항으로 되어 있는 얀테의 법칙의 핵심은 잘난 척 하지 말고 보통 사람으로 살라는 것이다. 얀테는 덴마크 출신 노르웨이 작가인 악셀 산데모세가 1933년에 발표한 소설 ‘En flyktning krysser sitt spor (도망자는 궤도를 가로 지른다)’에 등장하는 가상의 덴마크 마을 이름이다. 이 마을에는 잘난 사람이 대우받지 못하는 관습법이 있어, 보통 사람들보다 똑똑하거나 잘생기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기 때문에, 얀테 마을에서 살려면 10개의 규칙을 지켜야 한다. 북유럽 국가들이 우리나라보다 썩 잘 살지 못 하면서도 행복지수가 상위 랭크된 데는 얀테의 법칙도 일부 역할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얀테의 법칙이 평등 사회를 지향하고, 사람들의 행복지수를 높여주면서 북유럽에 지대한 영향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요즘 매일 새벽 집 앞에 있는 자그마한 산을 오르는 재미에 푹 빠졌다. 경사가 완만하여 등산하기 쉬운 코스지만, 그래도 1시간 정도 땀도 흘리고 유산소운동도 하고 나면 기분이 상쾌해져 하루의 출발이 가벼워진다. 그런데 보름 전쯤부터 등산 도중 항상 내가 머무는 곳이 생겼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모든 나무 가지마다 피어나는 새싹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카톡 친구들에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에 머물렀던 곳이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새싹들의 모습이 너무 신기해 지금은 갈 때마다 같은 배경의 사진을 찍기 위해 머무는 곳이 되었다. 내 시선이 머무는 그 곳에, 내 발걸음이 머무는 그 곳에, 내 마음도 머물러 있었고, 내 생각도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내가 머무는 그 곳이 다른 등산객에게는 평범한 곳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명소가 아닐 수 없다. 어제 새벽에도 전 교육원장이 매일 아침 보내주는 음악편지 'Evergreen'을 들으면서 그 곳에 도착하여 같은 배경의 사진을 찍었고, 내 단상에 답하는 카톡 친구들에게 보내줬다. 1시간 정도 소요되는 등산코스에서 왜 그 곳이 나에게 명소가 되었을까? 답은 간단하게도 내 시선과 내 발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톨스토이 단편작 How much land does a man need?(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에서 주인공인 바흠은 자신의 땅을 소유하는 것이 소원이었다. 그는 아내와 함께 열심히 일하며 돈을 모아 땅을 살려고 애썼지만 땅을 살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바시키르인들이 사는 곳에 가면 싼 값에 땅을 많이 살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그는 바시키르인들의 마을을 찾아가 촌장과 땅 매매계약을 하고 소원을 이루게 됐다며 마냥 좋아했다. 1000루블(약 15000원)만 내고 걸어서 해가 뜰 때 출발해서 해가 지기 전에 출발점으로 반드시 돌어오면 그가 밟는 땅을 모두 가질 수 있다는 계약 조건 때문이었다. 꿈에 부푼 바흠은 해가 뜨자마자 길을 떠났고, 가면 갈수록 큰 땅을 가져야겠다는 희망 때문에 점심이 지난 줄도 모르고 계속 출발점으로부터 멀리 벗어났다. 한참 후에야 바흠은 정신을 차리고, 해가 지기 전에 반드시 돌아가야 넓은 땅을 소유할 수 있다는 생각에 출발점을 향해 온 힘을 다해 달려 해가 서산마루를 막 넘어가려는 순간 겨우 출발점에 도착했다. 가족들과 바시키르인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그의 성공을 축하했지만, 그러나 바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세계 최강의 모 IT회사의 전통은 해마다 각 팀에서 대표선수 2명을 뽑아 이들이 경쟁해서 우승한 팀 전원에게 해외여행과 함께 세계대회 출전 혜택을 주는 것이다. 회사 규칙에도 세계대회 출전 팀이 우승하면 팀 전원에게 각각 1억 원씩 포상금을 지급한다고 되어 있다. 그래서 이 회사의 모든 팀은 다른 팀과 경쟁해서 이겨야 포상도 받고 세계대회에도 나갈 수 있기 때문에 팀에서 최고 실력 있는 직원 2명을 팀 대표선수로 뽑아야 한다. 그리고 대표선수로 뽑힌 2명에게는 팀에서 단기간이라도 일을 줄여주며 팀별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그런데 회사 전체 실력으로 봐서는 세계 최강인데도 이상하게 세계대회에 출전하는 대표 팀이 해마다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사장은 고민 끝에 대표 팀 선발 방법이 잘 못됐다는 것을 알고 새로운 방법을 발표했다. 새로운 선발 방법은 각 팀에서 제일 능력 있는 직원 2명을 뽑아 경쟁하지 않고, 각 팀에서 제비뽑기로 대표선수 2명을 뽑아 팀별 경쟁을 통해 세계대회 출전 팀을 선발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제비뽑기로 뽑힌 2명의 대표선수가 팀에서 제일 능력 있는 직원이라고 할 수 없는 방식이다. 세계대회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못 배우고 무식하더라도 70세쯤 되신 어르신들의 인생 이야기는 우리들을 감동시키고, 우리들에게 삶의 유익한 교훈이 된다. 이유는 자신이 70여 년 동안 몸소 체험하고 겪었던 일들을 시례로 들어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만약 남의 이야기를 예로 들거나, 신문, 방송 같은 여러 채널의 오래된 정보를 통해 얻은 간접적인 지식들을 꿰어서 이야기했다면, 우리는 70세 아르신의 이야기가 낡은 픽션에 불과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교회에서 간증이라는 게 있는데, 간증은 자신 스스로가 신앙의 문제에 직면했을 때, 하나님을 만나 해결했다는 주제로 교우들에게 발표하는 것을 의미한다. 간증 역시 남의 이야기가 아니고, 자신이 직첩 체험한 사례들로 전개되기에 간증을 듣는 교우들에게 큰 감동을 준다. 간증도 70세 어르신의 인생 이야기도 핵심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고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전달하기에 신뢰가 가고, 설득력이 있고 그래서 매우 강한 힘을 가지게 된다. 글을 쓰는 작가도 자신이 체험한 것을 글로 쓸 때, 그 체험에서 나오는 진심이 독자들을 감동시킬 수 있지만, 남의 이야기나 인터넷을 통해 얻은 정보만으로는 독자들에게 큰 감동을 줄 수 없다. 얼마 전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시골에서 목회하는 잘 아는 K 목사가 여자 성도와 불미스러운 관계로 인해 곤경에 처했다는 소식을 듣고 K 목사와 사모를 만났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오해로 인해 발생한 억울한 사건이었지만, 그래도 목사와 사모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과 가까운 지인들까지도 외면하고 있는 현실을 극복하지 못하고 매우 불안에 떨고 있었다. 자신들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자괴감에 빠져 있는 K 목사와 사모를 위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대화하는 동안 계속 생각해봤다. 나는 불현 듯 어머니가 살아생전 본인 스스로가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존재감을 느끼지 못하고 계시다가도 우리 집보다 훨씬 잘 사는 이웃집 아주머니가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 신나서 좋아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것만큼 자신의 존재감을 상승시키는 것이 없다는 것을 어머니는 경험으로 알고 계셨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사골에서 목회하는 K 목사가 어려운 형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K 목사에게 존재감을 실어주기 위해 “사실 내가 어려워서 돈을 좀 부탁하기 위해 왔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러자 K 목사는 갑자기 자신의 누나에게 전화해서 돈을 보내달라고 말하면서 신이 났고,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의상(衣裳)은 ‘상의하상(上衣下裳)’의 준말로, 허리 위 저고리와 허리 아래 치마가 의복의 기본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衣(저고리 의)는 옷의 목 부분을 포함하여 좌우의 옷깃 모양을 본뜬 글자고, 裳(치마 상)은 常(항상 상)자에서 巾(수건 건) 대신 衣를 쓴 글자다 한자 어원에서 알 수 있듯이, 원래 치마(裳)는 남녀 구분 없이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아랫도리 옷을 상징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왜 치마를 우아하고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여성 전유물로만 여기고 있는 걸까? 물론 스코틀랜드의 킬트(kilt), 미얀마의 론지(longyi), 방글라데시의 룽기(lungi) 등과 같이 현재까지 남녀 모두 평상복으로 입는 치마도 있지만, 그래도 전 세계는 치마를 여성스러움의 상징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서양에서도 그리스 로마시대에 남녀 모두 상하의가 분리되지 않는 한 장의 넓은 천으로 된 치마 형태의 옷을 입었다. 주로 따뜻한 기후에 어울리는 치마는 중세 유럽까지 계승되었고, 당시 유럽은 추운 지방에 어울리는 바지를 입은 게르만 민족을 야만인이라고 비웃기까지 했다. 하지만 북쪽 지역에 주둔하는 로마군에게 게르만 민족이 입은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어제 예배를 마치고 아내와 함께 꽃집에 들러, 화사하게 핀 봄꽃을 구경하면서 꽃집 사장에게 어떤 꽃나무가 건강하냐고 물어봤다. 꽃집 사장은 길쭉하고 높은 화분에 담긴 꽃을 가리키며 뿌리가 깊은 꽃나무는 꽃보다 뿌리 상태를 봐야 하고, 넓적한 화분을 가리키며 뿌리가 얕은 꽃나무는 뿌리보다 화분 안에 있는 주변의 꽃 상태를 봐야 알 수 있다고 했다. 옆에 있던 아내도 뿌리가 깊은 꽃나무 역시 꽃 상태를 보고 건강 유무를 알 수 있지만, 더 정확히 알려면 뿌리를 봐야 한다며 맞장구를 쳤다. 나는 어제 꽃집 사장 말대로 본질적인 문제는 본질에서 답을 찾아야 하고, 현상적인 문제는 현상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단순한 원리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아내 말대로 본질적인 문제도 현상에서 답을 찾을 수 있지만, 더 정확한 답을 찾으려면 본질에서 찾아야 한다는 원리도 깨달을 수 있었다. 46년 전 나는 고등학교 입학시험에 합격한 후, 입시공부로 인해 누적된 피로도 풀 겸 친구와 함께 하모니카를 하나씩 구입하여 각자 집에서 열심히 연습하기로 했다. 나는 좋아하는 노래 10여 곡을 골라 계이름을 보면서 계속 연습을 했다. 그런데 1주일 쯤 되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