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우리나라나 세계 어느 나라나 한 나라의 최고 통치자는 권력을 잡는 동안 국민 모두가 잘 먹고 잘 사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희망찬 꿈과 함께, 시대에 맞는 다양한 정책을 통해 ‘평등사회’를 이루기 위해 고민한다. 평등사회는 가난한 사람이 없고, 못 배운 사람이 없고, 억울한 사람과 소외계층이 없는 사회, 그리고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민주주의 기본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를 일컫는다. 그런데 ‘평등’은 모든 사람이 모든 면에서 같은 수준의 삶을 영위하는 것을 뜻하지 않고, 사람의 권리와 의무와 자격 등이 모든 사람에게 동등하게 주어진다는 뜻을 가지고 있음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즉, 평등사회는 평등의 개념을 넘어 포괄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찍이 평등은 전근대의 전통적인 신분제도 및 각종 체제를 무너뜨리고 자유와 함께 근대 민주주의의 기초를 세움으로써, 모든 사람이 동등한 조건(권리, 의무, 자격)으로 사회 구성원이 되는데 커다란 공을 세웠다. 그러나 19세기 초 경쟁사회에 들어서면서 평등이 모든 사람의 권리와 의무와 자격을 더 엄격하고 더 동등하게 적용함으로써, 오히려 새로운 불평등 즉 빈부의 격차와 직업의 귀천을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가수 유승준(스티브 승준 유·45)씨가 한국비자를 발급하지 않는 처분이 위법하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지만, 정부가 이를 다시 거부하자 재차 낸 소송의 첫 재판이 모레(6월 3일) 열린다고 한다. 앞서 유승준씨는 2002년 1월 해외 공연 등 명목으로 출국한 뒤 미국시민권을 취득해 논란을 일으켰다. 미국영주권만 가진 상태에서 공익근무요원 처분을 받았던 유승준씨가 미국시민권을 취득해 한국국적을 포기하면서 병역의무를 피했기 때문이다. 유승준 사태 이후 외국에서 태어나 외국국적을 얻었지만(속지주의), 부모 중 한 명이 한국인이어서 한국국적도 가진(속인주의) 이중국적자도 자진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모든 사람은 국적이 하나이어야 하는데, 왜 이중국적자가 생겨 유승진씨와 같은 사태가 일어나야 하는지? 이는 전 세계가 국적에 대한 기준을 속인주의와 속지주의 두 가지로 다르게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속인주의(屬人主義)는 출생 시 부모의 국적에 따라 국적을 결정하는 원칙으로, 독일을 비롯하여 유럽 국가들이 사용하고 있고, 속지주의(屬地主義)는 어떤 나라의 영토 안에서 태어나느냐에 따라 국적을 결정하는 원칙으로, 프랑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새벽마다 등산할 때, 소나무 수백 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소나무숲 벤치에서 잠시 쉬곤 한다. 솔향을 맡으면서 명상도 하고, 소나무숲에서 살고 있는 다람쥐와 까치와 참새가 함께 노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솔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새벽 나는 내가 던져준 과자를 보고 달려든 다람쥐 3마리를 보면서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가까이서 본 다람쥐 3마리의 얼굴이 다 달랐기 때문이다. 나는 순간 3마리 다람쥐에게 ‘다롱이’, ‘다순이’, ‘다돌이’라고 이름을 지어줬다. 그리고 참새나 까치도 사람과 같이 분명 얼굴이 다 다를 것이고, 그래서 각각 이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울러 소나무숲에 있는 수백 그루의 소나무 역시 서로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리 관찰해도 소나무의 얼굴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고, 나무 가지나 잎의 모양이 다 똑같아 수백 개의 소나무를 구분할 수 없었다. 나는 얼굴 없는 나무는 이름도 없어 불쌍한 존재라는 생각과 함께 하산을 서둘렀다. 그런데 벤치에서 일어서자마자, 모든 소나무의 각각 다른 얼굴이 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각각 다른 소나무의 얼굴은 바로 수피(나무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전투기, 로켓, 미사일 등 고속 운동체의 속도를 잴 때, 음속에 대한 운동체의 속도의 비율로 나타내는데, 이를 마하(Mach)라고 한다. 마하는 사람의 신체 중 귀로 듣는 소리 기준으로, 1마하는 초속 340m이고, 시속으로는 1,224km이다. 이렇게 마하는 소리 기준에 따라 정해진 속도 단위지만, 비행체가 마하 1을 넘는 초음속으로 비행하면 비행체 주위의 공기에는 충격파가 만들어져 공기의 성질이 급변하기 때문에, 항공공학에서는 마하수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사람의 눈의 속도도 눈으로 볼 수 있는 영역 안에서는 소리의 속도보다 100만 배 빠른 빛의 속도(진공상태에서 초속 30만 km)에 버금가는 속도다. 빛의 속도는 지구상에서 제일 빠른 속도며, 만약 운동체가 빛의 속도로 움직이면 시간이 정지되고,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움직이면 과거와 미래를 마음대로 넘나들 수 있어 시간여행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눈의 속도도 보이는 영역 안에서 빛의 속도와 비슷하기에, 운동체가 만약 눈의 속도와 같은 속도로 움직이거나 더 빠르게 움직인다면 4차원이나 5차원을 뛰어넘어 미지의 세계로 여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귀와 눈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육하원칙은 주로 기사를 쓸 때 지켜야 하는 기본원칙으로, ‘누가,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어떻게, 왜’의 여섯 가지 순서로 구성된다. 이렇게 육하원칙 순서를 지켜서 기사를 쓰면 기사를 정확하게 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읽는 사람도 이해하기 쉽다. 영어의 who, when, where, what, how, why에서 머리글자를 따 육하원칙을 5W1H라고 부르기도 한다. 기사 외에도 역사적인 사건이나 법조문 등 중대한 내용일수록 육하원칙 순서에 의해 서술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기사나 중대한 사건은 육하원칙 순서에 의해 서술되어 왔지만, 실제 인류 역사는 육하원칙의 반대 순서로 진행되어 온 것 같아, 이 부분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산업화시대 이전까지만 해도 인류는 무슨 일을 할 때마다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고, 그래서 ‘Know Why’가 화두였다. 그러나 물건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중점을 두었던 산업화시대에는 인류가 일상에서도 ‘어떻게‘ 라는 방법이 가장 중요한 의제가 되면서, ‘Know How’가 주요 이슈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산업화시대를 거치면서 성장한 현재 기성세대에게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완전한 공동체에서 개인은 공동체의 일부이고, 기관이고, 세포다. 그래서 완전한 공동체는 개인이 아프거나 명예를 잃으면 공동체도 아프거나 명예를 잃게 되고, 반대로 공동체가 부패하거나 명예를 잃으면 개인도 부패하거나 명예를 잃게 된다. 아울러 공동체 중 누군가 아프거나 명예를 잃으면 이웃인 누군가도 아프거나 명예를 잃게 된다. 반대로, 완전한 공동체는 개인이 잘 되고 행복하면 이웃도 잘 되고 행복하고 결국은 공동체도 잘되고 행복하게 된다. 완전한 공동체는 개인과 이웃과 공동체가 운명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완전한 공동체에서는 개인이 잘 되도 이웃이나 공동체가 잘 되지 않고, 공동체가 잘 되도 개인이나 이웃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세상에는 수많은 공동체가 있지만, 대다수 공동체가 말로만 목표나 삶을 공유할 뿐, 실제로는 공동체 안에서 서로 헐뜯고 이기심이 팽배한 불완전한 공동체에 불과할 뿐이다. 그래서 불완전한 공동체는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갈등 조정이나 개인과 개인 사이의 의견 조율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공동체 중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기초가 되는 가족 공동체는 그래도 완전한 공동체로써 가족 중 한 명이 아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수천 년 전, 동, 서, 남, 북, 중앙에 위치한 5개 부족으로 이루어진 동방왕국에 아버지로부터 왕위를 물려받은 새로 부임한 젊은 왕은 신하들을 모아 놓고 5색프로젝트라는 정책을 발표했다. 5색프로젝트는 5개 부족에게 동부족은 청색(파랑), 서부족은 백색(흰색), 남부족은 적색(빨강), 북부족은 흑색(검정), 중앙부족은 황색(노랑)을, 부족 고유의 색으로 부여하고, 각 부족은 지정된 색으로만 옷을 만들어 입어야 하고, 이를 어길 시 사형에 처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프로젝트를 시행하게 된 배경에는 선대의 왕들이 동방왕국을 통치하면서 부족 간의 도둑질을 막는 게 가장 큰 문제였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능력 있는 왕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90% 이상이 문맹인 동방왕국에 옷 색깔로 부족을 구분해 놓으니, 왕도 5개 부족을 다스리는데 용이했고, 백성들도 타 부족의 사람들을 쉽게 구별할 수 있어, 왕국 전체가 도둑질 없는 세상이 되어 태평성대를 누릴 수 있었다. 동방왕국의 젊은 왕은 전국을 순회하면서 옷 색깔로 어느 부족과 어느 부족이 왕래가 잦고, 어느 부족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 등 통계 수치를 정확히 파악하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사당역에서 수원 방향으로 500m쯤 가다보면 우측에 허름한 석재공장이 하나 있었다. 건축용 석재만 파는 다른 공장과는 달리 사당동 석재공장은 석재뿐만 아니라 돌로 만든 조각품도 판매했다. 당시 나는 석각에 관심이 많아 사당동 석재공장 전시장에 자주 들러 구경도 하고, 자그마한 조각품을 구입하기도 했다. 그런데 내 마음에 쏙 드는 작품(우비 입은 여인)이 하나 있어, 사장에게 얼마 주면 살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미대 교수를 겸하고 있는 사장은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은 팔지 않는다고 거절했다. 또한 내가 사진을 보여주면서 똑같이 만들어 줄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그렇게도 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첫 번째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을 팔지 않는 이유는 자식이나 마찬가지인 작품을 자신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만약 내가 사장보다 ‘우비 입은 여인’ 작품을 더 사랑한다는 판단이 서면, 나에게 공짜로도 줄 수 있다고 했다. 두 번째 주문을 받지 않는 이유는 자신은 창작하는 예술가이지, 남의 생각대로 작품을 찍어내는 꼭두각시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진열되어 있는 작품들은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20년 전만해도 어린이가 있는 집에 가면 항상 레고 같은 장난감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그래서 어린이가 있는 집에 방문이라도 하려면 주변 완구점(玩具店)에 가서 장난감을 선물로 사가야 했다. 지금은 어린이가 있는 집에 가면 대부분 장난감(완구, 玩具) 대신 어김없이 애완동물(pet, 愛玩動物)이 있다. 그리고 어린이가 있는 집 주변에는 완구점 대신 펫 하우스(pet house) 같은 애완동물이나 애완동물 용품을 파는 가게가 3-4개씩 있다. 애완동물은 장난감처럼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기르는 동물이다. 요즘은 애완동물 대신 사람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며 심리적으로 안정감과 친밀감을 주는 가족, 반려자와 같은 존재라는 뜻에서 반려동물(Companion Animal, 伴侶動物)이라고 부른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발표한 ‘반려동물 의식조사’에 따르면, 펫팸족(pet+family)이 500만 가구를 훌쩍 넘어 4가구 중 1가구는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고 한다. 반려동물 붐이 일어나면서 반려식물을 기르는 펫플랜트족(pet+plant)도 펫팸족을 능가하고 있다고 한다. 반려식물(pet plant, 伴侶植物)은 반려동물을 뜻하는 펫(pe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어제 어린이날 친구가 중고차를 산다고 하여 나도 함께 동행 했다. 중고차매매센타에서 상담하던 중 친구가 매매센타 직원에게 자기는 1959년식이라 차령이 62년이라고 농담을 했다. 사람은 태어난 해를 년생(年生)이라 하고 기계나 자동차는 제조된 해를 년식(年式)이라 하며, 사람은 태어난 이후 기간을 1년 단위로 계산해서 연령(年齡)이라 말하고, 차는 차령(車齡)이라 말한다. 그래서 2021년 기준으로 2000년에 태어난 사람은 2000년생에 연령은 21세가 되고, 2000년에 제조된 자동차는 2000년식에 차령은 21년이 된다. 연령은 사람의 나이를, 차령은 자동차의 나이를 일컫는 말이다. 사람은 태어나서 보통 수준의 활동을 할 경우 100년 동안 100세까지 살 수 있다는 게 최근 의학계의 주장이고, 자동차는 보통 수준의 주행을 할 경우 20년까지 운행할 수 있다는 게 자동차 전문가의 의견이다. 사람의 평균 수명은 100세(연령)이고, 자동차의 평균 수명은 20년(차령)인 셈이다. 전에 비하면 의학이나 기계 기술의 눈부신 발달로 사람의 수명도 차량의 수명도 많이 늘었다고 볼 수 있다. 연령과 차령은 둘 다 나이를 의미하는 차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