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 / 시사평가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지난 1일 이재명 후보 공직선거법 사건의 대법원 판결이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이 나오자마자 1시간 후 곧장 사퇴 기자회견을 했다.
그리고 다음날 2일 국회 소통관서 제 21대 대통령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한 전 총리는 정부 출범 이후 즉시 개헌에 착수하고, 개헌을 완료하면 임기 3년 차에 새 헌법에 따라 총선과 대선을 실시한 뒤 퇴임하겠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가 출마 선언을 한 날은 공교롭게도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뽑는 전당대회 하루 전이었다.
즉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파기환송 후 하루 만에, 그리고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가 선출되기 하루 전에 한 전 총리가 대선 출마 선언을 한 것이다. 한 전 총리의 고도의 타이밍 전략이라 할 수 있다.
특히 1일과 2일은 국민의힘 경선 후보 한동훈과 김문수 중 1명을 뽑는 투표가 진행되고 있어, 한 전 총리의 1일 사퇴와 2일 출마 선언이 국민의힘 대선후보 1명을 뽑는 투표에 영향을 끼치고 말았다.
결국 김문수 경선 후보가 3일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되는 데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일정이 도움을 준 셈이다.
한 전 총리 지지층이 단일화에 부정적인 한동훈 후보보다 단일화에 긍정적인 김문수 후보에 표를 던져 김문수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됐다는 얘기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한 전 총리를 국민의힘 최종 대선후보로 만들기 위한 쇼였고, 국민의힘 대선후보에 당선된 김 후보도 한 전 총리의 들러리에 불과했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김 후보가 대통령 후보자 등록 마감일인 5월11일 전 무소속 한 후보와 단일화를 해야 한다면, 아직 국민의힘 김 후보는 최종 대선후보가 아니다. 그리고 단일화서 지면 7일짜리 후보에 멈추고 만다.
무수속 한 후보는 국민의힘 김 후보가 3일 고양시 킨텍스서 열린 전당대회서 국민의힘 최종 대선 후보로 당선된 직후 전화해 “축하하고 격려한다”고 했다. 단일화를 염두에 둔 한 후보의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이어 이정현 한덕수캠프 대변인도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통합의 길을 여는 승리에 한발 다가가기 위한 또 다른 여정이 진행될 것을 기대한다"며 단일화(다른 여정)를 언급했다.
결국 무소속 한 후보는 국민의힘 지도부의 고도의 전략에 의해 단일화를 통해 쉽게 국민의힘을 포함한 범여권 최종 대선후보에 무혈 입성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게 대다수 국민의 생각이다.
그런데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한 후보 11명에서 8명, 4명, 2명 그리고 최종 1명의 4단계 과정을 거쳐 승리한 김 후보가 한덕수의 빅텐트 후보 단일화에 쉽게 응할지는 아직 모를 일이다. 김 후보가 7일짜리 대선 후보로 전락하는 걸 좋아할 리 만무하다.
단일화 투표 때까지 무소속 한 후보가 범여권 세력을 모아야 하고 지지율도 더 올려놓아야 하는데, 현재 분위기로 봐선 시간이 없고, 상황도 녹록치 않다. 개헌 빅텐트를 주장한 한 후보가 반명 빅텐트를 주장하는 김 후보와 어떻게 협상하냐도 관건이다.
무소속 한 후보가 최종 단일화를 하려면 새미래민주당 이낙연 상임고문이나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그리고 진보 측 출마 인사들과 단일화 과정을 거친 후 국민의힘 김 후보와 최종 후보 단일화를 실시해야 하는 데 이 역시 쉽지 않다.
정당의 경선 과정을 거쳐 선출된 경선 후보와 당적이 없는 외부 인사와의 단일화 전례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결국 졸속으로 국민의힘 김 후보와 단일화를 꾀할 수밖에 없는데, 무소속 한 후보도 단일화서 지면 8일짜리 후보에 멈추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한다.
사실 국민의힘 김 후보가 무소속 한 후보와 단일화를 꾀하려면 당무 우선권을 활용해 상임전국위를 연 뒤, 무소속 후보와 단일화를 해도 절차적 문제가 없도록 당헌·당규를 고쳐야 한다.
대통령 후보자 등록 마감일이 11일이라 황금연휴 기간 국민의힘 김 후보와 무소속 한 후보가 단일화 시기와 방식을 놓고 협상을 서두를 것이다. 그래서 졸속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결국 졸속 단일화 때문에 본선 싸움서 불리할 것이다.
그렇다고 국민의힘 김 후보와 무소속 한 후보가 ‘담판’을 통해 한쪽이 양보하는 단일화 카드를 사용함으로써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보여서도 안 된다. 그 건 대선 전략이 아니라 우리 국민을 두 번 속이는 파렴치한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